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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추억의 음반가게, 향음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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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음반시장

국내 음반시장은 여러 변화를 겪어 왔다.

물리적 음반을 판매하는 작은 매장들이 지금도 오픈과 폐업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고, 사실 국내에만 나타나는 현상도 아니고, 심지어 음반매장들에게 국한되는 현상도 아니다.

어릴 때 가던 문방구들은 다 어디 있을까? 

작고 소소한 가게들, 소규모 사업장은 다 마찬가지인 것이다.

다만, 온라인쇼핑이나 이커머스의 여파로 물리적 공간들이 없어지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섭섭한 마음을 들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작은 음반가게들(혹은 다른 종류의 어떠한 소소한 가게)들이 지금도 새로 오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 시작하는 그런 작은 가게들이 버티다가 문을 닫을지, 아니면 또 새로운 문화의 한자리를 차지하며 역사를 써 내려갈지는 모르겠다.

향음악사는 그렇게 신촌에서 역사를 써 내려가 유서 깊은 음반매장으로 자리 잡았던 소소한 가게 중 하나였다.

 

향뮤직 로고
이 얼굴도 이미 그립다.

 

저마다의 추억

필자는 2000년대 한동안 국내 인디음반은 향음악사라는 곳을 방문하여 구입했었다.

신촌에 위치했던 매장은 상당히 좁았었는데, CD로 빠듯한 실내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런 매장들이 점점 없어지는 현상은 개인적으로 슬프고 아쉬운 것은 감출 수가 없다.)

시장을 이길 수 있는 거대 자본이 없는 한 적자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아니, 지금까지 무너진 대기업을 보면 그냥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사업은 없는 것 같다. 

홍대, 신촌이 활동의 주무대였던 인디뮤지션들이 가끔씩 자체 제작한 음반을 향음악사에서 판매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중에서 제일 대표적인 것이 '검정치마'.

'검정치마'의 바코드 없는 앨범을 향음악사를 통해 발매했던 것이다.

필자의 기억을 떠올리자면 유튜브가 활성화되지 않던 시절이었고, 향음악사 사이트에서 '검정치마'의 소개글과 몇 트랙의 데모 사운드를 들을 수 있었는데 충격을 받고 망설임 없이 구매를 강행했던 것도 추억이라면 추억이라고 할 수 있겠다.

 

향뮤직의 간판
간판을 보면 이름도 '뮤직'에서 '음악사'로 바뀌었다.

 

25년의 역사

항음악사는 김건힐 대표가 1989년도 동대문에서 선배의 음반 가게에서 일을 하다가, 1991년도에 신촌에서 본인의 음반가게를 오픈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정보를 뒤져보니 동대문의 선배 음반가게의 이름이 향뮤직이었다고도 한다.

향음악사 혹은 향뮤직이 제일 왕성하던 시기는 사장님의 인터뷰에서 IMF 이전이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스트리밍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전이기도 했고, 모두가 피지컬 음반으로 음악을 듣던 시절이었다.

심지어 국내 셩제도 호황기였으니 모든 음반가게에 해당되는 이야기 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이후로 한동안 잘 나가던 매장들도 하나둘씩 문을 닫은 것도 사실이다. 

IMF 사태도 일어났고, 인터넷 시대도 도래하여 MP3가 난무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심지어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음반가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하면, 향뮤직은 충분히 인정받을 만했다고 본다.

한국 대중 음악사, 특히 인디씬에서 의미 있는 공헌을 했다고 보아도 되겠다.

 

인터넷 사이트

인터넷 시대가 다가오면서 향뮤직은 1999년에 사이트를 오픈했다고 한다.

사이트를 통해 한국 인디 음반 소식도 많이 접했었지만, 개인적으로 재미가 쏠쏠했던 것은 경매 섹션이었다.

국내외 희귀 음반들을 찾기 위해 경매섹션을 몇 번이나 들락날락했던 기억이 있다.

경매 마감 시간을 기다렸다가 마지막 입찰가보다 더 큰 금액을 올려, 음반을 낙찰받던 몇 번의 쾌감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마찬가지로 100원 차이로 낙찰받지 못했던 음반들 중 지금도 안타깝고 응어리로 남은 것들도 있다.

레어음반이라 스트리밍 서비스에 아직 업로드되어 있지 않고, 유튜브 같은 곳에 업로드되어 있지 않아 아직도 들어보지 못한, 그 희귀 음반...

 

웹사이트
그리워 질것 같은 이 화면.

 

슬픈 소식

향뮤직의 매장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2016년에 공지되었었다. 

필자에게는 갑작스러운 소식이라 얼떨떨하면서도 뭔가 미안한 마음도 들었었다. 

예전만큼 매장을 방문하지도 않았거니와 열심히 앨범을 구매하지는 않았던 것 같기도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게 기억난다.

매장 영업이 끝나기에 매장음반들을 전부 할인판매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필자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그곳을 방문했다.

역시나 손님들이 정말 많았다. 

뭔가 할인을 하니 급하게 매장을 찾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 죄짓는 기분도 들어, 일부러 들어가지 않고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였다. 

그동안 고생하였고, 그래도 온라인으로라도 계속 사업이 잘 이어나가길 마음속으로 응원하였다.

 

스마트스토어로

추억이 많은 향뮤직 사이트도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추억이 많은 경매섹션도 없어질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울적하였다.

운영에 있어서 더 용이한지, 스마트스토어로 계속 명맥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하니, 향뮤직의 존재가 계속 이어진다는 것은 기쁘다.

향음악사는 우리의(적어도 필자에게는) 음악적 안식처이자 놀이터였다.

MP3와 스트리밍 서비스 사이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던 매장이었다.

말 그대로 물리적인 공간이자 놀이터, 시디가 주류였던 시절에 활발히 매장이 운영되었던지라, 시디로 빼곡했던 조그마한 공간.

사이트도 곧 닫는다고 하니 좋아하는 온라인, 오프라인 장소가 모두 없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세월이 흘러가고 시대가 변해가고 나이를 먹어가는 건가 보다.

길거리에 식당이 오픈하고 문을 닫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으나, 음반 매장은 오픈하는 것도 보기 힘들지 않은가?

지나가는 길에 향음악사처럼 또 좋은 음반매장이 문을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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