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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재즈 스타, 팻 메스니 (Pat Matheney) 혹은 메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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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쓰다 보니, 그의 이름을 메스니 혹은 메시니로 써야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지라 본토 발음은 잘 모르겠다.

'메시니'라고 써보니, 그를 재즈기타계의 메시로 표현 싶은 욕구가 생기는데..너무 억지 개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의 업적이나 행보를 알고 있다면 '재즈계의 메시'라는 어설픈 수식어가 아주 조금은 수긍 갈지도 모르겠다.

록 음악을 한참 듣던 시기에 접했던 팻 메시니의 음반은 내게 너무 난해했었다.

그래서 집중하지 못하고 조금 듣다가 포기했었는데, 나이를 먹고 재즈라는 장르를 더 받아들일 수 있는 시기에 접했던 그의 음악은 놀라움과 감동 그 자체였다.

그래서 스노우캣이 그렇게 팻 메시니를 좋아했었구나.

그간 발표했던 음반으로 음악을 듣고, 잡지나 인터넷을 통해 팻 메시니와 관련된 정보를 찾아 모았다.

그의 음반을 조금 더 진지하게 듣기 시작한 게 그가 데뷔한 지 30년이 훌쩍 넘은 시점이라 전성기를 한참 지났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사람의 활동은 지금까지도 끊임이 없어서 내가 들었던 앨범도 곧 과거의 활동이 되고 말았다.

그만큼 왕성한 활동을 50년 넘게 이어가고 있는 대단한 뮤지션이자 아티스트이다.

도대체 그의 창작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Pat Metheny
줄무늬를 입고 있고 무대에 오른 모습.

 

그는 정해진 재즈 스타였을지도 모른다

팻 메시니는 재즈 기타리스트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기타의 연주를 떠나서 똑똑한 두뇌로 비상한 아티스트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연주가 뛰어난 사람은 세상 지천에 깔려 있다.

그러나 그 처럼 연주를 넘어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를 하며 창작을 이어오는 이는 많지 않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예술은 길고 시간은 짧다'

왜인지 팻 메시니도 이 말에 강하게 공감했을 것이라 예상한다.

그의 열정적인 창작욕에 맞서는 유일한 장벽은 시간이 아닐까

팻매시니가 남다른 뮤지션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제일 중요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주실력을 향상하는 것 외에도 ‘자신만의 사운드’, ’ 남다름’이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핵심이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뮤지션들 아니, 모든 아티스트들은 남다른 자신만의 예술 세계가 있을 때 살아남고 인정받게 된다.

팻 메시니는 10대 때부터 실력을 쌓기 위한 기타 테크닉 연습 외에도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았다. 

그리고 그의 남다른 사운드가 적절한 시기에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어찌 보면 스타는 타고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고 남다른 색깔을 갖고 있어도 비례하게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팻 메시니는 이미 재즈의 역사가 미리 정해 놓은 재즈계의 스타였을지도 모른다

 

팻 매시니의 활동

그의 놀라운 창작력은 5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트리오로 발표한 팻 매시니의 데뷔 앨범에는 놀랍게도 요절한 전설의 베이시스트 '자코 페트리우스'가 함께 했다. 

두 번째 앨범에서 피아니스트인 '라일 메이스'를 만나게 되는데 마치, '존레넌'과 '폴 메카트니'의 관계처럼 서로 창조의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작곡에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에 팻 매시니 그룹으로 앨범을 발표하면서 좋은 평가를 연달아 받게 된다.

창작력이 넘쳐나서 사이드 프로젝트 앨범도 꾸준히 발표해왔는데, 솔로 어쿠스틱 기타로 발표한 두 개의 앨범이 있고, 특히나 <Orchestrion>이라는 앨범은 물리적으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기계 밴드가 반주 연주를 하고 팻 메시니가 기타 연주를 하는 실험적인 앨범이었다.

필자도 직접 그 세팅으로 공연하는 팻의 라이브를 보러 갔었는데, 처음에는 그 구성이 기타를 제외한 반주 음악을 트는 것과 차이가 무엇일까 의문이 좀 들었다.

그러나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적어도 의미적으로는 말이다.

 팻 매시니의 기타와 싱크 되어 연주되는 악기도 있었고, 미리 세팅되어 연주되는 악기도 있었다. 

미디 노트를 찍어 만든 MR을 틀는 것과의 차이점이라면, 그 세팅은 분명 라이브라는 점이다.

미디 노트는 정확한 타이밍과 완벽한 리듬등을 디지털 사운드로 추출하여 아날로그 스피커로 나오는 어찌 보면 가짜 사운드라고 가정한다면, 팻 메시니의 기계와 함께 하는 라이브는 기계장치들이 물리적인 움직임으로 라이브를 한다는 점이었다.

결국 물리적 행위가 세밀한 시간차, 악기에 직접적인 터치, 그리고 공기를 통해 발생되는 사운드라는 점에서 MR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인 것이다.

비록 미리 정해 놓은 노트와 리듬을 연주하겠지만 어쨌든 라이브인 것이다.

참으로 팻 매시니의 괴짜 같은 면모가 드러나는 실험적인 앨범과 라이브 공연이라고 볼 수 있겠다.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과 협연을 하였는데, 그중에서도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과 함께 한 <Blue Sky>는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필자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앨범이다.

그 외에도 피아니스트인 '브래드 멜다우'와 함께한 녹음을 2개의 앨범으로 발표하였고, 현대 음악가 '스티브 레이히'와의 협연. 

존경을 담은 선배 기타리스트 '짐 홀'과의 듀오 앨범, 동시대의 재즈 기타리스트 '존 스코필드'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연주를 하는 등, 엄청난 창작력과 활동력을 보여준다. 

그가  특별주문하여 연주하고 다녔던 '피카소 기타'도 그의 실험성과 창작력을 보여주는 악기이다. 

 

picasso guitar
이런 기타를 연주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하다.

 


팻 메시니의 음악을 모두 들으려면 시간이 꽤나 걸릴 것이다.

그래도 다양한 형태의 음악을 발표하면서 듣는 이에게 골라 들을 수 있는 재미도 제공해 준다.

개인적으로 계속 듣게 되는 앨범들이 있지만 어떤 앨범이든 그 앨범부터 시작해서 가까운 시기에 발표했던 음악들을 찾아 듣는 것도 즐겁다.

어떻게 표현해야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화려한 속주보다는 듣기 좋은 멜로디에 여러 리듬을 섞어가며 연주하는 그의 기타 솔로라인을 무척 좋아한다. 

그의 라이브에서 봤던 기타 퍼포먼스 중에 솔로 라인이 최고조에 올랐을 때, 하늘 위로 날아오를 정도의 감정이 벅차올라 두 발로 방방 뛰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마치 필자에게는 방방 뛰는 기타 치는 참새 같았다. 

그러고 보니 팻의 얼굴에 약간 조류상이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창작력에 대한 농담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줄무늬 티셔츠를 요즘은 잘 입지 않는 것 같지만 그의 풍성한 헤어스타일은 여전히 건재하다.

항간에는 그게 가발이라는 소문도 있던데, 그의 나이가 70대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일리 있는 주장이다.

필자는 가발이라고 믿겠다. 

아니라면 그의 천재성은 그의 머리카락에서 나오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팻 매스니의 패션
다양한 줄무늬 패턴을 소화하는 모습. 이 정도면 중독 수준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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