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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리얼 밴드의 이야기, 벡(B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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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가 있는데, 오래전에 완결되었던 벡(Beck)이다.

지금처럼 웹툰이 성행하지 않던 시절, 그러니깐 오히려 만화 대여점이 일반적일 때 한참 연재 되던 일본 만화라서 국내에 단행본으로 신간이 나올 때마다 한 권씩 구매하면서 전권을 모았었다.

요즘은 웹툰으로 시장이 옮겨갔지만, 그 시절은 그렇게 만화를 보았었고, 손으로 한 장씩 넘기며 보던, 말 그대로 손맛도 나는 만화였다.

줄거리가 학원시리즈물처럼 시작하지만, 사실은 록 밴드의 성장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인 '유키오'가 우연히 기타를 치는 '류스케'를 만나면서, 밴드를 결성하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벡의 주인공들
밴드가 연주하는 모습.

 

리얼한 밴드가 다듬어지는 과정

밴드 멤버를 영입하고, 연습을 하고, 아이디어를 짜내서 곡을 쓰고, 녹음을 하고, 또 그것으로 라이브를 하는 과정을 따라가면,

인디밴드의 탄생을 지켜보는 기분이 든다.

그 만큼 리얼리티가 있는 만화라고 생각이 드는 것이다.

허무맹랑하게 실력이 뛰어나거나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연주를 잘하게 된 건가 하는 모습이 없는 것, 즉 현실성 떨어지는 말도 안 되는 천재가 나오는 설정이 없다는 말이다.

멤버들 간에 불화가 발생되거나, 음악적으로 갈등이 생기는 등, 현실 밴드들이 겪는 고충들까지 스토리라인으로 잘 풀어내는 리얼리티가 돋보인다.

가장 공감갔던 부분이라면, 주인공인 유키오가 기타를 배우는 과정이었다.

주인공이 새로운 기타를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으는 모습은 공감을 많이 가져왔을 것이고, 초보의 기타 실력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무시도 당하는 에피소드로 주인공을 응원하는 독자들이 몰렸을 것이다. 

록 키즈였던 사람들이 감정 이입을 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가득하다.

필자가 일본 인디신을 좋아했던 시기와 맞물려서 그런지, 만화 속에 그려지는 밴드 활동이나 환경 혹은 악기점이나 밴드의 연습실등이 만화로 매우 잘 옮겨져 있다고 생각되고, 그래서 몰입에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커버 패러디
벡의 등장인물로 재탄생된 오아시스와 너바나의 앨범커버.

 

현실 패러디

실제로 있었던 대중음악사의 사건들이나 등장인물들이 조금씩 각색되거나 가상의 인물로 대체되는데 그 포인트가 음악팬으로써 재미가 쏠쏠하다.

그중에 '비비킹'의 애정 기타 '루실'이 나오기도 하는데,  총의 탄혼이 박혀 있는 전혀 다른 기타로, 현실의 이름과 콘셉트만 가져온 것이다.

또 다른 것이라면, 챕터가 바뀔 때 속표지로 유명 앨범을 패러디한 그림이 나오는데, 오리지널 앨범 커버와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작가의 음악 사랑, 특히 록음악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그전에 접했던 음악과 관련된 만화가 있었는데, 더 깊이 스토리도 엉성했던 것이 쉽지 않은 접근이었을 지도 모른다.

<벡> 이전에 필자가 접했었던 음악 만화가 있었는데, 똑같은 밴드 이야기였지만, 제목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흥미롭지 않았다.

<벡> 만큼 현실고증이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현실의 밴드나 상업 음악의 요소들을 잘 가져오지 못한 게 원인이었을 것이다. 

 

애니메이션화

밴드와 음악을 만화로 리얼하게 그려냈다는 것이 참신했던 것일까, 상당히 인기가 많아서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로도 제작되기까지 했다.

다만 필자는 지금까지도 애니메이션과 실사판 영화를 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보지 않을 것이다.

만화 속에 '벡'이 라이브 공연을 하는데, 유키오의 목소리를 듣고 관객들이 크게 놀라며 감탄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괜객들의 표정과 감정이 그림으로 잘 표현된 것인지, 필자도 만화 속 관객처럼 놀라며 감탄을 했던 기억이 있다.

만화에서 나오는 '벡'의 라이브 공연을 굉장히 이입되어 감상했던 것이다.

작가가 그만큼 사람들의 감정이나 표정을 잘 표현하는 것도 있겠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이야기 전개가 탄탄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멈춰있는 장면들로 짜여진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노랫소리를 보여준 것이, 아니 어쩌면 들려준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그것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 것이다. 

만화라는 가상현실 속에서 주인공들이 연주하고 부르던 그 엄청난 곡을 누군가가 애니메이션&영화를 위해서 현실로 끌어온다는 것은 엄청난 파괴 행위라고 생각한다.

인위적으로 작곡하고 퍼포먼스를 해버리면 '벡'의 수많은 팬들의 상상력을 무너뜨리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그렇게 훌륭했을 것 같은 만화 속의 곡을 가차 없이 현실의 평범한 노래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필자는 그 엄청난 곡들을 상상 속 그대로 남겨두고 싶다. 

 

TL68-BECK
만화속 유키오의 기타를 펜더 재팬에서 실제로 제작하였다.

 

만화가 현실로

이 만화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주인공 유키오가 나중에 발견해서 힘들게 구매했던 기타가 실제로 제작되어 판매되었다는 것이다.

모델명은 펜더 재팬사의 'TL68-BECK'으로 반대로 벡의 소품이 현실화된 케이스다.

만화가 현실화 되었다는 점에서 정말 일본스럽다는 인상도 있지만, 만약에 다시 제작판매 된다면 꼭 한대 사서 간직 하고 싶다.

이벤트성 기타로 꾸준히 제작되지 않아 현재는 중고로만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고, 가격도 많이 비싸졌다고 한다.

 

마무리

<벡>은 분명히 작가의 개인 경험이 바탕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작가가 실제로 한때 인디 밴드를 꿈꾸었거나, 아니면 밴드음악의 광팬이었거나 둘 중에 하나 아니었을까?

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기저기 음악에 대한 디테일한 패러디도 있지만 무엇보다 상업 음악에 대한 반감도 느껴지는 어쩌면 순수한 밴드를 추구하는 작가의 취향이 담겨 있을지도 모르겠다.

록 음악을 좋아하고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하는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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