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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인생을 바꾸는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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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받는 충격

음악으로 인생이 바뀌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한곡이 될 수도 있고, 한 앨범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그 음악을 부르는 가수나 그룹일 수도 있다

조금 어이없게 낭만적인 생각을 해본다면, 각자의 인생에서 그 시점이 다 다를 뿐, 누구에게나 그 순간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필자에게 그 음악이 무엇이었을까.

친구의 교회에서 보았던 선배의 기타 연주.

통기타로 코드 반주를 배우던 중에 놀러 왔던 선배형이 어쿠스틱 기타를 기타 앰프에 연결하고는

앰프를 여기저기 만지더니 기타에서 찢어진 소리가 들렸다.

앰프에 자체 이펙터가 달려 있어 드라이브를 걸은 건 것이다.

그리고는 피크를 꺼내 들었다.

좡좌좌 장좌좌좌 (말로 표현하니 웃기다)

듣다 보니 집에서 친형이 방에서 듣던 시끄러운 음악과 같은 곡이었다.

노래가 너무 자극적이어서 '와~ 너무 멋있다.'라는 생각과 함께 큰 인상을 받았다.

10대에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어디선가 해소가 안되고 있는 공격적인 성향등

사춘기의 예민한 감수성을 공격적이고 단순한 리프가 건드린 순간이었을 것이다.

무슨 노래 인지 너무 궁금하여 집에 돌아가서는 형 방에 몰래 들어가 앨범을 찾아 틀어보았다.

운 좋게도 첫 번째 곡부터 그 노래가 나왔다. 

'NIRVANA'의 Nevermind 앨범 첫 번째 트랙, 'Smells Like Teen Sprits'이었다. 

단순하게 4개의 코드가 흘러나오는데 바로 쿵쾅쿵쾅 드럼소리가 들리더니 한꺼번에 시작되는 베이스 드럼 기타의 공격적인 연주,

약간의 걸걸한 목소리로 노랫소리가 들렸다. 중간에 기타 솔로는 조금 단순했지만 충분히 매력적이고 멋지게 들렸다.

 

NIRVANA <NEVERMIND>
필자의 인생을 바꾼 앨범

 

너무 끌리지만 곡을 조금 더 듣고 다시 음반을 갔다 놓았다.

순진한 마음에 록음악을 듣는 게 죄짓는 것만 같았다.

그 당시 교회에서 대중음악을 비판하던 목사의 설교도 들었고, 마치 지옥을 가난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되었다.

그 음악을 들어서 지옥을 가는 것이라면.. 필자는 지옥의 지옥의 지옥의…

 

기타 공부, 악기 공부

여하튼, 교회 형이 연주했던 그 모습이 너무나 멋져서 일렉기타가 없는대도,

바로 서점을 가서 일렉기타 교본을 구매했다. 그리고는 수업시간에 몰래 그 책을 밑줄까지 그어가며 정독해 나갔다.

사실 기타로 연습을 해야 의미 있는 책이었는데, 그저 머리로 주법들을 익히고 연주하는 상상을 했었다.

현재 시장에 나오는 교본들은 초보를 위한 속성 교본이나 연주곡집, 혹은 테크닉 위주의 훈련집들이 대부분인데, 

그 책은 일렉 기타의 주법들을 백과사전처럼 심도 있게 글로 설명했던 교본이었고, 그래서 정독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말 그대로 주법들을 글로 공부해 나간 것이었다.

 

일렉기타교본
학교에서 읽고 또 읽었던 교본

 

지금 봐도 표지 디자인은 이쁘다. 바탕은 은색으로 인쇄되어 있고, 상 하권의 글씨 색깔들이 서로 크로스 되어 있는 게 디자인 센스도 있다.

내지는 70년대 느낌의 조판과 인쇄 질이었고, 예제곡들도 60-80년대 곡들이었다. 내지에서 받았던 인상대로 옛날에 쓰인 책이었다.

(조금 찾아보니 일본책을 번역한 교본임)

현재는 아마 절판되었을 것으로 보는데, 개정판으로 예제곡들을 녹음한 버전도 있어서 조만간 구매를 할 것 같다. 

 

음악과 악기의 콜라보

교회형이 연주했던 그 곡, 그 4개의 코드가 계기가 되어 기타 교본을 사고 조심스레 지옥을 각오하고 락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락음악에 기타가 중심적이지 않은가? 이건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다. 그 곡은 운명적인 만남이었을까.

 

이 경험이 특별한 것처럼, 과거를 아름답게 회상해 보지만 재미있는 것은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이 너무나 많다.

인생을 바꾼 저마다의 곡들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음악과 악기를 동시에 탐구하기 시작하는 이들도 많다.

음악과 악기는 시너지 효과가 커서 음악으로 빠져드는 데 가속도를 붙이는 것 같다.

그리고 그 힘이 강력하게 작용되면 음악의 길을 걷는 이들도 있다.

 

요즘은 SNS에 업로드된 연주 영상이 많아, 필자가 교회에서 받았던 충격을 누군가는 온라인 매체로 받을 수도 있겠다. 

세대마다 음악 x 악기 콜라보가 여러 방식으로 현재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마도 1990년대 NIRVANA의 곡이 2020년대 10대들의 인생을 바꾸고 있을 것이다.

 

음악을 오랫동안 들었던 이라면, 이번 기회에 자신의 인생을 바꾼 곡을 오랜만에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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