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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악기를 배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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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의 악기

인생에서 몇번의 전환점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이 무엇일까 되돌아보니,

그것은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인것 같다.

악기가 주는 희노애락이나 존재감을 뭘로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평생 친구? 평생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 스트레스 해소 도구?

연주를 잘 하고 싶어서 꾸준히 더 알아가고 싶은 대상물이자 친구,

핸드폰이 없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갖고 놀게 되는 장남감.

적어도 필자에게는 그렇다.

 

악기를 만나다

중학교 시절 만능 재주꾼 친구가 있었다.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잘그리고, 심지어 피아노도 잘 쳤었다.

(다행히 외모는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음.)

그가 어느날 종교적 전도 차원에서 교회로 나를 데려갔었는데, 그곳에서 난생 처음으로 밴드의 음악을 접하게 되었다.

물론 찬양팀이라는 형태였지만, 일렉기타, 베이스, 드럼을 연주하는 것을 직접 보게 되었고,

그나마 그 당시 대중음악, 그러니깐 락 혹은 팝을 라이브로 재현하는 밴드 악기들을 눈앞에서 보게 된것이였다.

사실 그 전까지 가요나 뉴에이지 피아노 연주 위주로 들었었고 대충 다니던 교회에서도 피아노로만 반주를 했었다.

드럼, 일렉기타, 베이스등의 악기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눈앞에 직접 본것도 난생 처음이였다.

연주자들의 모습이 너무 멋져서 '나도 하고 싶다' 라는 욕구가 강하게 밀려왔고,

10대 시절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빠져들어 가요가 아니라 밴드 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어설프게 악기도 배울 수 있을까 친구 따라 그 교회를 몇번 가기도 했었다.

베이스를 배우고 싶었지만 앰프를 같이 사야 하고 집에서 연습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담감에 그나마 저렴한 통기타를 부모님께 좋하 한대 선물 받았다.

 

기타 & 드럼
밴드를 꿈꾼다면 시작해보는 악기들

 

음악이라는 세계

기타를 손에 얻고는, 기타 연주 소리가 들리는 음악에 관심이 많아 질 수 밖에..

기타 교본을 사서 연습을 하고 뒤에 나오는 예제곡들은 실제 발표된 곡이다 보니,

그 곡들의 뮤지션 정보를 찾기도 했고,  TV에 우연히 밴드가 출연하면 그들의 정보를 찾고 앨범을 찾아 들었다.

음악의 여러 장르, 여러 뮤지션, 여러 악기, 대중음악의 역사에 관심이 생겼다. 

음악에 관심있는 친구들과 추천음반, 감상평 등의 정보를 듣는 것이 재밌어졌다.

공연도 가게 되고, 음반가게들을 찾아 다녔고, 밴드 동아리도 가입하고, 음악을 업으로 삼는 지인들도 생겼다.

그렇게 '기타'를 통해 음악세계의 문을 열 들어가고, 악기와 평생 친구가 되었다.

'기타'를 만나지 않았다면 분명히 내 주변 사람들은 다른 분야의 사람들 일 것이고,

방이 다른 물건들로 채워져 있었을 것이다. 

 

악기 연습

악기가 손에 쥐어지니 잘 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게 될것이다.

그게 평생 간다면, 평생 취미가 생긴 것이다. 삶에서 해야 할 일이 하나 늘어난 것이다.

때로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연주를 해냈다는 성취감과 기쁨을 맛보게 된다. 

손가락이 아프기도 한다. 손목이 아플 수도 있다. 자세가 안좋아 허리가 아플때도 있다.

그래도 재밌다.

연습을 하면 이 곡을 연주 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마냥 즐겁다.

연습을 하면서, 청중 가득한 무대에서 멋있게 연주하는 상상을 해본다.

연주는 못하지만 그때만큼은 누구보다 나는 멋진 뮤지션이다. 

연애는 필요 없으니, 연습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아니면 누구에게 잘 보이고 싶어 연습을 한다.

(그러다가 연주자의 길로 가는 친구도 있었다.)

 

품행제로의 한 장면
영화에서 기타 연습을 해보는 주인공

 

평생의 게임

악기를 배운다는 것은 마치 평생 게임을 만난 것일지도 모른다.

매일 연습을 해야 실력이 늘기 때문에 평생 해야 하는 것인데,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방식의 게임 처럼, 한 곡 한곡 스테이지가 주어지는 것이고,

완주가 목적인 게임이 끝없이 스테이지가 주어진다고 본다면, 평생의 게임인 것이다. 

오랫동안 악기를 연습하다보니 욕심이 있다면 하루 연습이 빠진 날이면 죄채감이 드는 시기도 있다. 

그럴때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데, 그 시기가 지나면 악기 연습 자체를 즐기게 된다.

욕심은 사라지고 시간날 때마다 짧게라도 연습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실력이 더디게 늘더라도 연주를 해보고 손맛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악기라는 물성이 주는 촉감을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그리고 완주를 하게 될때 본인의 연주에 귀까지 즐거워지는 경험은 특별하다.

 

악기를 배우는 것은 살아갈 이유 하나가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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