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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음악 소비 방식과 경험의 변천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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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MD시장

CD와 MP3 사이에 비운의 MD 시장이 있었다. 인기가 있는 매체인 CD와 MP3의 중간에 잠시 MD플레이어가 있었다.

친구들이 쓰던 플레이어가 상당히 귀여웠고, MD도 사이즈감과 모양이 소유욕을 불러일으켰다.

다만, 자신의 플레이 리스트를 직접 녹음해야 하는 불편함과 휴대성에서 CD플레이어보다 작았지만 MP3 플레이어보다는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컴퓨터에서 마우스 드레그로 손쉽게 MP3플레이어로 파일을 옮길 수 있는 편리함에,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MP3파일을 주고받기 시작해서, 즉 간단히 말해서 타이밍이 좋지 않았던 탓에 시장에서 금방 사라져 버렸다.

내 기억에 음반사들도 MD단위의 앨범을 제작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기엔 물리적인 사이즈감이 작아서 수집의 대상으로는 매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MD플레이어
SONY MD와 플레이어, 다시 봐도 귀엽다.

 

강력해진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서비스가 시장에서 빛을 바라면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대중화가 되었던 것 같다. (극히 개인적인 생각)

구독 서비스라는 개념도 강해졌고, 기술에 투자를 계속해서 그런지, 다룰 수 있는 데이터의 양도 많아졌다.

그리고, '애플뮤직'의 국내 서비스 시작. 몇 년 후에는 '스포티파이'도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다.

국내에서 서비스 중이던 벅스, 멜론등까지 대한민국은 음악 스트리밍 강국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필자도 '벅스', '멜론'으로 국내음반을 찾아 듣고 해외음악은 '스포티파이'로 즐겨 듣고 있는 중이다.

아이튠즈에서 사용자가 듣는 음악들을 분석하여 취향에 맞는 음악을 추천해 주는 기능을 시작했었는데, 

그 기능을 지인이 소개해줄 때만 해도 필자는 자기가 듣는 음악은 본인이 직접 찾고 정리해야

머릿속에 알고 있는 뮤지션이나 앨범들이 정리되지 않겠냐며 콧방귀를 뀌었었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생각 없이, CD 앨범들을 사서 '아이튠즈'로 리핑하고 아이폰으로 또 동기화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반복했었다. (그리고 이 또한 불편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들어왔던 음악들이 쌓이고 나이를 먹으니 앨범들의 구입여부도 헷갈려서 이미 구매했던 앨범들을 다시 사 오는 현상을 발견하는 시점이 오더라. 

그리고 그 CD를 사모으며 지낸 시간만큼 스트리밍서비스의 음악추천 기능도 강력해져 왔더라. (특히 스포티파이)

직접 사이트나 매장을 가서 새로운 뮤지션이나 음반을 디깅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취향을 분석하여 추천하는 음악이 너무나 사용자의 취향에 잘 맞으니,

필자도 새삼 물리적 음반들을 사모으며 보냈던 세월들이 무색하게, 스트리밍 서비스에 몸을 맡겨버린 요즘이다.

 

Spotify logo
취향에 너무나 적절히 음악을 추천해주는 스포티파이 서비스.

 

바이닐의 귀환

재미있는 것은 그 시기와 맞물려서 바이닐도 조금씩 조금씩 시장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현재도 바이닐 음반가게들도 하나둘씩 새로 생기고 있다. 왜 그런 것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재미있는 현상인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오래전부터 있던 바이닐가게들이 우리는 계속 제자리를 지켜왔다며 새삼 왜 그러느냐 하는 반응도 있었다. 

20, 30대들이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본인들의 취향을 뽐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사진을 찍고 업로드해야 하니 바이닐이라는 (지금은) 고가의 음악 매체가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옛것에 대한 향수 혹은 호기심, 수집을 유도하는 물리적인 존재감, SNS에 업로드하기 좋은 그래픽적 요소(음악 자체는 시각적이지 않으니), 게다가 LP 플레이어도 자랑할 수 있는 좋은 기획.. 이런저런 조건들이 다 맞물려서 나타난 현상인 게 분명하다.

그래서 구하기 어려워서 고가에 거래되던 LP 앨범들이 리이슈 되고, (레어그루브가 더 이상 레어하지 않게 되고 있음), 

CD로 발매되었던 앨범들이 LP 화하여 재발매가 활성화되고 있다. 

 

LP플레이어
Technics SL1200 mk7, 바이닐의 소비증가 덕분에 mk7까지 개발되었다.

 

경험을 추억하며

너무나 쉽게 음악소비가 가능해진 요즘, 그건 그거대로 장점이 많다.

예전에 구하기 힘든 음반도 손쉽게 찾을 수 있고, 더 많은 음악을 더 빨리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음반추천기능으로, 계속 새로운 음악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레코드 가게에서 앨범 커버만 보고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구입을 우선 해보기도 했었다.

기대했던 음악이 나오지 않으면 '이번 구입은 실패구나'하고 탄식을 했었지만 말이다.

음반을 사면 당장 포장을 뜯어 CD플레이어로 들을 수도 있었지만, 플레이어가 없는 날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 그 앨범의 음악을 기대하던 귀가시간도 지금은 소중하다.

경제적인 한계에 의해서 그랬을지도 모르고, 음반을 사면 그 음반만 들을 수 있었던 기술적 한계 때문이었을지 모르겠지만,

다시 생각해 보아도 조금 더 천천히 음악을 듣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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