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usic

음악 소비 방식과 경험의 변천사 1

반응형

매체의 변화

음악을 어떻게 듣고 있는가?

아니 어떠한 매체를 통해 음악을 듣고 있는가.

'어디서 음악을 듣고 있는가'로 질문을 바꿔야 할까?

디지털 시대에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들이 제일 많을 것이다.

예전에는 어디서 음반을 사는지 물어봤었는데, 요즈음은 어디서 음악을 듣는지 질문을 하고, 애플뮤직, 벅스, 멜론, 유튜브 등등으로 답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음악을 듣는 매체 중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가장 최신의 기술이고 그다음이 가장 최초의 기술이다.

카세트테이프와 CD도 있겠지만, 비율상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1위가 스트리밍 2위가 바이닐 일 것이다.

되돌아보니 음악 듣는 형태가 많이 바뀌어 왔다.

방송에서 박진영이 자신을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전부 경험해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이는 필자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필자도 굉장히 아날로그와 디지털 둘 다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게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music report
2022년까지 1위가 스트리밍 2위가 물리 매체 (아마도 바이닐), 출저 : ifpi(2022), <Global Music Report 2022 state of the Industry>

 

첫 경험, LP판 

어릴 적 집안의 오디오 시스템은 바이닐이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소중하게 LP판을 다루던 기억이 난다.

만화주제곡 7인치 LP판 음반을 가끔 만졌던 기억이 나지만, 함부로 오디오 시스템을 만질 수는 없었다. 

그래도 LP판이 돌아가던 모습과 그 위에 바늘을 올려놓던 아버지의 모습이 기억난다. 

기억이라는 것이 생성되던 시기를 되돌아보니 아날로그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시작은 카세트테이프

아버지의 차 안에서는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틀었다.

아버지의 오디오 시스템은 함부로 만질 수 없었고, 인생에서 처음으로 본인의 의지로 구입했던 앨범은 카세트테이프였다. 

그 당시 인기 절정의 드라마 '질투'의 OST였고, 심지어 길거리에 손수레에 테이프를 진열해서 판매하던 곳에서 구매했었다.

아버지는 쓰시던 붐박스를 넘겨주셨었고, 방에서 카세트테이프를 틀고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학창 시절 워크맨도 선물로 받아, 학교 자율학습 시간에 늘 책상 위에 올려놓고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를 했었다. 

테이프는 늘어지는 문제나, 다음 곡을 듣기 위해서 빨리 감기 혹은 빨리 되감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 불편함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 버튼과 빨리 감기 버튼을 동시에 누르고 있으면 삐리릭 하고 소리가 났었는데, 그 소리를 들으면서 다음곡인지를 확인하고 버튼을 떼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 않다면 적당히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될 때, 눌러져 있던 빨리 감기 버튼 멈추도록 사각형 아이콘의 멈춤 버튼을 눌렀었다.

꽤나 시간 감각이 필요한 시기였다.

하지만 그 불편함도 더 편리한 기술을 경험해서 인식된 것이고, 그 당시에는 크게 불편하다고 생각된 적이 한 번도 없다.

너무나 당연했기 때문에 말이다. 

빨리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다음곡이 시작하는 부분에서 멈추던 것까지 가능한 기술이 나왔었다. 

아마도 곡과 곡 사이에 녹음이 되어 있지 않은 구간을 인식하는 것 같았는데, 만약에 그 구간이 없이 다음곡이 연결되는 음반이라면 구동이 잘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게 경험했던 카세트테이프의 마지막 최신 기술이었다.

 

카세트와 플레이어
이제는 둘다 추억의 물건이 되었다.

 

콤팩트디스크 CD 

학창 시절에 CD를 수집하는 친구들은 왠지 고급져 보였었다. 더 비싼 CD를 사서 그랬었나? 

20대로 접어들고 그들이 구입하던 CD를 따라 수집하기 시작했었다. 

테이프처럼 늘어지는 문제가 없고, 보관이나 수명이 오래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나름의 이유였겠지만, 

마음속 깊이 테이프수집보다 CD수집이 수준 높아 보였던 것이 진심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이 업그레이드 된 기분이었다.

(결국 허세였을지도 모르겠다.) 

CD를 수집하면서 본격적으로 음반을 사 모으기 시작했었다.

레코드가게를 돌아다니면서 원하는 음반을 찾아 해매던 경험도, 음반 가게에서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면 노트에 아티스트명과 음반명을 메모하고는 집에 가서 다시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았었다.

현재의 기술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불편해 보이는 과정들일지도 모르겠으나 그 경험들이 너무나 소중해졌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하라고 한다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도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CD플레이어는 다음곡이나 원하는 곡으로 넘어가서 재생하는 것이 버튼 몇 번으로 가능했었으나, 정확히 원하는 순간으로 돌아가려면, 또 빨리 감기 기능을 써야 했었다. 그래도 불편함은 몰랐다.

 

논란의 MP3 

MP3플레이어도 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 CD와 조금 비슷했던 것 같다.

다만 구간 반복이 기능이 있어 곡을 카피 혹은 외국어 공부를 할 때 편했던 것이 기억난다.

MP3는 확실히 논란의 기술이었다. 세상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던 시대, 그리고 인터넷이 활성화되던 시기여서, 

저용량의 MP3파일이 무단으로 공유가 되었었다.

미국의 냅스터나 국내의 소리바다가 P2P 음원 공유 서비스로 뜨거운 저작권 논란이 있었다. 혼돈의 시기였다. 

지인들끼리 음반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MP3파일을 서로 보냈었고, 덕분에 음반 판매율이 뚝 떨저이면서 물리 매체 음반 시장의 암흑기가 시작되었었다.

그래도 필자는 꿋꿋이 CD로 음반을 사모으려고 했었다.

나 같은 사람 한 사람이라도 있어야 시장을 살릴 수 있다며, 특히나 국내 인디음반들은 무조건 CD를 구매했었다.

그리고 또 MP3 시대에 발맞추어 구매한 CD를 컴퓨터에서 리핑한 후에 MP3플레이어로 파일을 옮겼었다.

CD는 앨범도 발매되었고, CD를 사서 컴퓨터에서 리핑을 한 후 MP3플레이어에 다시 옮길 수 있어서 그런지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대에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것으로 보인다. LP를 미니버전 디지털화했다고 생각하면 나름 설득력이 있다.

아무래도 밖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휴대성에서 MP3플레이어를 이길만한 것이 그 당시에는 없었다.

그러나 음악찾다보면 구하기 어려운 음반들이 너무나 많았다.

특히나 옛날 음반들은 CD로 발매되지 않았거나 바이닐로 음반들은 도대체 어떻게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하며, 인터넷을 뒤지다 보면 아주 친절히 바이닐을 디지털화하여 업로드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MP3플레이어
세상을 지배했던 아이리버, 다시 봐도 뛰어난 디자인이다. 존마에다도 극찬했던 Mplayer.

 

다음 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