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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서울재즈페스티벌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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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재즈페스티벌 2023 

코로나 팬데믹 이후 2023년에 제대로 된 모습으로 서울재즈페스티벌이 열린다.

2022년은 코로나에 의해서 약식(?)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래서 2019년 이후로 4년 만에 열린다고 봐도 무방 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참 오랜만에 이 행사가 펼쳐지는 것인데, 반갑기도 하고 꾸준히 이어지는 이 페스티벌을 긍정적으로 인정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사실, 필자는 이 행사에 대해서 약간의 이질감을 늘 느끼고 있었다.

 

서울재즈페스티벌 2023
파이널 라인업

 

서울재즈페스티벌에 처음 갔던 것은 2015년이었다. 헤드 라인업이 칙코리아, 허비행콕, 세르지오 멘데스, 아스투로 산보달.

정말 좋아하는 뮤지션들이다. 그리고 덕분에 존스코필드 라이브를 눈앞에서 볼 수 있었고, 꽤나 좋은 경험을 선사해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심지어 서울에서 재즈 페스티벌이라니 이건 뭐 고마울 따름이었다.

당시 록 페스티벌은 지산이나 인천등 도심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행사가 펼쳐졌으니, 차편이나 숙소등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지 않은가.

그리고 가장 저명한 재즈페스티벌이라고 생각되는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인데 거기도 꽤나 멀어서 교통에서 애먹었던 것이 기억난다.

 

헤드라인업 그리고 페스티벌의 관계

음악축제에 헤드라인업이 하는 역할은 매우 크다.

우선, 관중을 모을 수 있는 그러니깐 주최하는 입장에서는 판매와 수익을 창출하는 역할.

그리고 또 큰 한 가지 역할이 페스티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역할일 것이다.

그렇다고 헤드라인업이 페스티벌의 정체성을 100프로 들어낼 수 없는 것이다.

라인업만 보러 오는 이들도 많겠지만, 대부분 하루종일 그날의 분위기를 즐기고 공연을 즐기러 오는 관중들이 더 많을 것이다.

결국 출연하는 뮤지션들 모두가 이 서울재즈페스티벌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것인데,

자꾸만 드는 생각은 왜 굳이 '재즈'페스티벌일까라는 것이다.

 

서울재즈페스티벌의 역사

서울재즈페스티벌의 역사는 2007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소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었고, 라인업도 100프로 재즈 뮤지션들로 채워졌었다. 

- 디멘션 & J-Fusion 올스타즈

- 더 크루세이더스의 조 샘플 & 랜디 크로포드

- 팻 매스니 트리오

사실 100프로 재즈뮤지션으로 채울 수 있던 것이 출연진이 딱 이 3 그룹이었다.

처음 열린다는 점과 그 시절에 이런 섭외력이면, 그 개막을 충분히 축하해 줄 수 있었다고 본다. 

2011년까지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되었으나, 2012년부터는 포맷을 바꾸어 올림픽공원으로 장소를 바꾸었다.

실내 공연에서 소수의 재즈 뮤지션의 공연을 즐기는 형식이었다면,

실외에서 대규모로 더 많은 수의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펼치는 형식으로 바뀐 것이다. 이 포맷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고, 

그 규모도 점점 커지고 티켓가격도 비싸지고 있다. (물가상승률 보다 티켓의 가격상승률이 더 높은 감이 있다) 

그 내부 사정은 내가 알 수 없으나, 추측하건대, 대중성과 예산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그러다 보니, 더 많은 수익을 고려했을 거라고 본다. 아니라면 단순히 공연주관사의 높은 사람이 명령을 내렸을지도 모르겠고. 

2012년 포맷을 바꾸고 나서, 재즈에 방점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섭외되는 아티스트들이

인디 뮤지션, 팝아티스트등 장르가 다양해지기 시작했었다. 

물론, 재즈 유명 아티스트들이 꾸준히 섭외되어 헤드라인업을 지키고 있고, 어쨌든 재즈페스티벌의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서울재즈페스티벌2007
2007년의 포스터

 

HONNE가 메인 라인업으로 무대에 선 적이 있었는데, 그 라인업을 보았을 때 조금 걱정과 우려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필자는 HONNE를 좋아한다. 그들을 비하하거나 뮤지션으로 평가절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재즈 뮤지션은 아니라고 본다. 이 점은 동의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재즈페스티벌에서 메인이라니 그 라인업은 페스티벌의 정체성을 흔드는 것이 아닐까 의문이 강하게 들었다. 

2017년 서울재즈페스티벌이었는데, 단순히 섭외 사정이 안 좋았던 것인지 그 내막은 알 수가 없다.

(2022년에도 메인이었지만, 코로나 상황을 고려한다면 예외로 둘 수는 있다고 본다.)

 

서울뮤직페스티벌

앞에서 추측했던 예산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여러 장르의 아티스트들의 비중이 많아지다 보니 재즈페스티벌의 오리지널리티는 희석되고

다른 행사인 '그랜트 민트 페스티벌'의 형식에 더 가까워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2023년은 그 정점을 찍고 있는 모습이다.

(차별점이라면 라인업의 비율이 재즈에 더 힘을 싣고 있다는 정도)

자라섬재즈페스티벌 + 그랜트 민트 페스티벌, 둘의 장점을 가져오려고 한 것일까?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재즈'라는 단어를 '뮤직'으로 바꾸고 행사명을 서울뮤직페스티벌로 변경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된다면 이 행사명에서 오는 이질감이 사라질 것이고, 정체성도 요즘의 라인업과 잘 맞아떨어질 것 같다.

다만 또 추측해 보건대, 한국인들의 정서상 '재즈'라는 단어에서 오는 아주 조금의 고급진 이미지를 유지해야 할 것이고,

그리고 이제는 10년이 넘은 행사로 그 레거시가 쌓이고 있는 시점에서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개인적인 바람일 것이다.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서울'과 '재즈'의 단어는 확실한 강점)

어쨌든 2023년도에도 다행히 행사는 이어지고 있고, 한국에 이런 음악 행사가 꾸준히 열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다.

단순히 이름에서 오는 아쉬움을 토로해 보았다. 필자는 Robert Glasper가 무척 기대된다!

모두 다 같이 음악을 즐기자. 서울재즈페스티벌 2023,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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