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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짐 홀(Jim Hall), 기타리스트들의 재즈기타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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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레슨을 선생님이 자주 언급하던 인물이 짐 홀이었다.

웨스 몽고메리냐 짐 홀이냐로 재즈기타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늘 논쟁 거리라고 하는데, 공감은 잘 가지 않았다.

둘 다 너무 훌륭한 기타리스트들이지 않은가? 

아무래도 국내에 유행하던 재즈 플레이 스타일이 그 두 사람으로 양분되고 있었나 보다.

필자에게 짐 홀은 빌 에반스의 음악을 듣다가 접했던 인물이다.

둘의 듀엣 앨범 <Undercurrent>을 알게 되면서였는데, 당시에는 상당히 졸려운 음악으로 들리긴 했었다.

그래서 짐 홀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니, 듀엣 앨범도 발표를 자주 했었고, 여러 뮤지션의 세션으로도 활동한 이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나 팻메스니와의 듀엣 앨범을 재미있게 들었는데, 기타 소리만 들릴 뿐이지만 누가 누구인지 선명하게 들리는 게 이런 게 기타로 대화하는 것이구나 싶었다.

쿨재즈와 비밥연주를 활발히 했던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국내의 재즈기타리스트들이 꼭 공부하는 인물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짐 홀의 연주가 대단한 것은 멜로디 라인에 있다고 한다. 

복잡한 화음에 미묘한 뉘앙스를 주어 고급스러운 멜로디 플레이를 하는데, 후대 재즈 기타리스트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간단히 설명하면 화려하다는 인상보다는 차분한 스타일의 연주인데, 그가 연주할 때 선택하는 한음, 한음들이 소중하다고나 할까, 매우 잘 짜인 스토리텔링을 한다는 것이다. 

사실 더 귀에 소위 꽂히는 연주는 웨스 몽고메리의 스타일이겠지만, 짐 홀의 연주는 천천히 음미하면서 멜로디 라인을 따라 어떤 의도로 연주를 했는지 생각하게끔 만드는 인상이다. 

즉흥 연주를 하면서 다양하고 아이디어가 넘치는 라인을 전개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데 짐 홀은 많은 공부가 될 수 있는 연주자인 것이다.

 

그의 사진 중 그나마 젊은 시절의 짐홀. 대머리가 아닌 사진을 아직까지 본적이 없다.

 

생애

짐 홀은 미국 뉴욕 버펄로에서 1930년 12월 4일에 태어나 2013년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심장마비로 타계하였다.

10살 때부터 기타를 배웠으며, 클리블랜드 음악원에서 공부한 뒤 LA로 거처를 옮긴다. 

클래식 기타리스트들에게도 사사하면서 이런저런 음악적 고민을 했던 그지만, 재즈계에 기타리스트의 존재를 부각한 찰리 크리스천의 연주를 듣고 재즈 기타로 그의 커리어 방향을 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1950년대부터 미국 서부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엘라 피츠제럴드, 소니 롤린스 등의 재즈 거장들의 음반 녹음에 참여한다.

아마도 소니 롤린스의 앨범 'Bridge'에 참여하면서 그의 이름과 커리어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찰리 크리스천이 재즈기타의 길을 열었다고 하지만, 1950년대에는 여전히 기타 소리나 연주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 것이 당시 재즈계의 상황이었다. 

리듬악기나 리드악기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기타가 포진하여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Bridge' 앨범에서 짐 홀의 연주가 재즈 기타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1960년대에는 다시 뉴욕으로 이사를 하여 론카터, 빌 에반스와도 활동하였는데, 론카터와 트리오를 구성하기도 하였다.

개인적으로 짐 홀이 론 카터와 빌 에반스와 함께 한 듀오 앨범을 좋아한다.

그들이 연주로 펼치는 대화는 너무 아름다운 것 같다.

 

그의 업적

짐 홀은 리듬연주로 연주자를 잘 받쳐주면서도 금관악기들과 대등한 수준의 솔로를 펼쳤다. 

재미있는 것이, 짐 홀이 한 인터뷰에서 금관악기 플레이어들의 연주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 적이 있다.

사이드맨으로서 활동이 더 많기에 리더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은 1970년대부터였다. 

그래서 동시대에 활동했던 조 패스나 케니 버랠에 비해서는 리더로서의 앨범 녹음은 한참 늦었다.

그러나 사이드맨으로서 활동했던 경험 때문인지 유연하게 시대를 따라가며 80, 90년대 아니 2000년대까지도 그 당시 핫한 뮤지션들과 협업을 해왔다. 

2000년대 팻 메시니나 빌 프리셀과 발표한 듀오 앨범이 그 결과물일 것이며, 당시 차세대 기타리스트 줄리안 라지와 함께 뉴 포트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서기도 했던 것이 그 증명이겠다.

무엇보다 재즈기타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하며, 재즈 기타의 스탠더드를 확립한 큰 업적이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재즈라는 장르는 금관악기 중심으로 발전을 했고, 받쳐주던 다른 악기들이 나중에 앞으로 부각되면서 나름의 중심으로 나왔는데,

재즈 기타는 악기 편성상 음량이 약해 묻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앰프가 발명되고, 찰리 크리스천이 기타를 앞으로 부각했던 큰 업적이 있었다면, 짐 홀은 기타라는 악기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고 그것을 넘어 어느 정도 재즈기타 연주의 모범 사례를 남겼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짐 홀은 미국 웨스트코스트 재즈 시대를 연 기타리스트로도 평가받는다.

 

추천 음반

짐 홀의 리더작 활동이 동세대 기타리스트에 비해 늦었다고는 하지만, 많은 명작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많이 언급하는 앨범 중에 <Live!>라는 앨범이 있는데, 앨범 커버도 멋진 명반이라고 생각된다.

앨범명처럼 1975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연주했던 라이브의 녹음본을 편집한 앨범이다.

따뜻한 사운드와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멜로디, 그리고 중간중간에 들리는 속주로 그의 연주가 돋보이는 앨범이다.

마치 빌 에반스의 클럽 라이브를 앨범으로 발매하여 명반이 된 것처럼 뭔가 비슷한 형태를 보인다.

 

Jim Hall &lt;LIVE!&gt;
아름다운 연주를 들을 수 있는 라이브 앨범.

 

일반인들에게는 빌 에반스만큼의 인지도가 없다는 것은 조금 안타깝지만, 빌 에반스와도 듀오 앨범을 냈을 만큼 훌륭하고 큰 업적을 남긴 뮤진이며, 비록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후대 기타리스트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끼친 거장 뮤지션이라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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