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렘러는 퓨전 재즈가 유행하던 시절 활동했던 기타리스트이다.
재즈 기타계의 새로운 슈퍼스타로 주목을 받았던 기타리스트이지만, 동시에 여성 기타리스트가 많지 않던 시대적 배경에 의해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 나가야 했던 뮤지션이기도 하다.
(물론 현재도 여성 기타리스트는 없는 편이다)
성장 과정
에밀리 렘러는 1957년 맨해튼에서 태어났으며, 10살이 되었을 때 기타를 독학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비록 음악적인 가정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오빠가 연주하던 깁슨 기타를 보며 그녀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녀가 처음 잡았던 기타도 오빠의 ES-330이었다고 한다.
재미있게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래픽 디자인을 배우고자 했던 그녀는, 버클리 음대에 합격하는 바람에 진로를 바꾸게 된다.
렘러가 재즈에 심취하게 된 것은 버클리부터였다.
폴 데스몬을 시작으로, 팻 마티노, 웨스 몽고메리의 음악에 빠지게 된다.
특히나 웨스 몽고메리를 좋아했던 그녀는 웨스의 엄지 손가락 주법을 익히려고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기본기를 다시 익히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기도 하였다.
커리어
졸업을 하고 난 렘러는 뉴 올린스로 이주 한 뒤,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레슨과 재즈 공연을 병행해 나갔다.
그렇다고 그녀가 뛰어난 기타리스트라고 하기에는 어려웠는데, 심지어 자신감도 부족했다고 한다.
그러나 분명히 프로 뮤지션으로써 가야 할 길을 정했는지, 렘러는 자기 자신을 극복해 나가고자 엄청난 연습을 해 나갔다.
마침, 뉴올린스를 방문했던 기타의 전설인 허브 엘리스(Herb Ellis)가 렘러의 연주를 보고, 캘리포니아의 콩코드 재즈 페스티벌에 그녀를 초대하여 같이 공연하게 된다.
허브 엘리스는 그녀를 '기타계의 새로운 슈퍼 스타'로 소개했다.
당시의 공연은 그녀에게 커리어의 전환점이 되었다.
앨범 활동
콩코드 레이블과 계약한 그녀는 1981년에 첫 앨범 'Firefly'을 발표하여 대중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이어서 'Take Two' (1982), 'Transitions' (1983) 등의 앨범을 해마다 발매한다.
1985년에는 래리 코리엘 (Larry Coryell)과 듀오 앨범 'Together'를 발표하기도 하였으며,
같은 해에 다운 비트(Down Beat) 매거진에서 올해의 기타리스트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죽음
한참 이름을 알리고 왕성하게 활동을 펼쳐고 있던 에밀리 렘러.
안타깝게도, 1990년 5월 호주 투어 중에 약물 중독으로 인한 심부전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음악적 재능을 신에게 받은 에밀리 렘러였지만, 약물이나 파티등의 유혹에는 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성 기타리스트에 대한 편견과 업적
에밀리 렘러는 실력에 비해 여성이라는 성별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밴드 오디션에 떨어진 적도 많았고, 여자이기 때문에 무대에 오르지 못한다고 직접적인 답변을 받기도 하였다.
당시에 이름을 날린 여성 재즈 연주자가 많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연주를 못할 거라는 편견으로 가득했던 모양이다.
그녀가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연주실력을 인정받던 시절에 했던 한 인터뷰에서도, 그녀는 계속 자기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현실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기타 연주를 하게 되면 나는 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개인지, 고양이인지 뭔지 모른다.
그저 음악을 연주할 뿐이다. 연주를 마치고 무대에 내려올 때, 그때 사람들은 내가 여자인지를 상기시켜 준다.'
그녀가 인터뷰 당시 했던 말이다.
굳이 성별을 나누고 싶지는 않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여성 연주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물론 여성 연주자는 계속 있어왔지만 이제서야 스타 플레이어로 부각되고 있는 인상이다.
피아니스트, 베이시스트, 드러머 등등 다양한 악기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연주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나 기타는 아직도 여성이 부족한 느낌인데, 에밀리 렘러가 앞으로 이름을 떨칠 재즈 여성 기타리스트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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